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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산을위한 행진곡/ 2021년 월간산 1월호    01-14 13:58
  조회 : 225        
 


[윤치술 칼럼 34] 山을 위한 행진곡

  • 글·사진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장



  • 山을 위한 행진곡

     

    찾아간 은행은 을씨년스러웠다. 

    이래저래 코로나로 언택트Untact 시대가 되어버린 지금이 안쓰러웠는지 

    주판알 튕기며 북적이던 살가운 1970년대가 응답했다. 

    추억 속의 상고商高 다니는 동네 형은 은행원이 꿈이라 주판을 끼고 살았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 

    그 형은 주판 놓는 손가락을 다칠까봐 그 당시 최고의 공놀이인 찜뿌도 안하고 

    오른손은 바지 주머니에 깊게 찔러 넣고 다녔다는 것. 꿈을 이루기 위한 그 손은 너무나도 소중했으니까.

     

    나도 그랬다. 

    다치면 산에 못 갈까봐 발 건사에 늘 새가슴이었다. 

    빈 깡통을 걷어차거나 앙감질, 공차기 한번 안했다.

    그 덕에 산행은 이어지고 현재진행형이니 큰 복이다. 

    산은 내 삶의 곁다리가 아닌 잉카의 쿠스코cusco마냥 내 세상의 배꼽이다. 

    그렇다고 탁월한 등반가 김미곤 대장이 이룬 히말라야 14봉 완등이나, 

    엄청난 멘탈과 내공으로 910m의 엘캐피탄을 프리솔로로 오른 알렉스호놀드처럼 큰일 한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산을 누군가도 좋아하고 산행으로 행복했으면 하는, 

    한평생 산을 전하는 길라잡이 산돌이일 뿐이다.

     

    몇 해 전, 꽃밭에 오매불망하는 아내의 채근에 숲 근처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왔다. 

    큰 산이 멀고 오가는 게 귀찮기도 하여 꿩 대신 닭이라고 집 뒤 둘레길을 2년 정도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북한산 릿지 산행 중 무릎이 위로 잘 올라붙지 않고 깨금발에서 종아리가 쩌릿쩌릿했다. 

    내리막 슬래브에서는 오금hamstring에 힘이 실리지 않아 방향전환과 속도제어가 어설펐다. 

    아뿔싸! 중력을 치받으며 경사를 오르는 수직운동과, 평지를 걷는 수평운동에서 만들어진 

    힘의 차이가 이리도 큰 줄 몰랐었다. 바로 근력과 균형의 문제였다.

     

    나는 충격에 빠졌고 기본체력으로 산행이 어렵다는 결론에 계획을 짰다.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새벽 수영을 시작했고 근력을 키우려고 지하철에서 뒤꿈치 들고 서있기, 

    한정거장 먼저 내려 무릎 올려 걷기와 균형을 위한 스트레칭도 짬짬이 챙겼다. 

    더하여 산을 향한 상상을 키우니 시나브로 몸이 강해지고 자존감도 높아졌다. 

    이는 산을 잘 타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산에 들고자하는 그리움과 행복, 건강 등을 잃음으로서 

    내 삶이 자칫 피폐해 질 수 있음을 지극히 경계한 것이다. 

    마치 은행원을 꿈꾸며 해찰하지 않고 나아갔던 그 형처럼.

     

    과학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은 인간은 34,60,78세에 극적인 노화가 생긴다고 했다. 

    선천적 통뼈가 아니라면 노력으로 노화를 극복해 당당하고 넉넉하게 산을 만나야한다. 

    산이 늘 그 자리에 있어도 산을 쉽게 얻을 수 없다. 간절히 구해야 얻는다. 

    이는 자연과의 동반이 삶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에 필요한 다짐이다. 

    새해 새날, 

    나는 눈 쌓인 북한산 하루재에서 큰 바위 인수봉을 우러르며 새 산을 향한 새 마음으로 새 노래를 부르련다. 

    산격 높은 입산으로 빛날 우리의 삶, 

    그 선善을 위해 山을 위한 행진곡을 대차게 부르련다. 山자여 따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