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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도 알아야 면장을 하겠더라고요!!!!
한국 트레킹 학교 247기 수료생 6학년4반 황 우 상
옛날 어느 고승께서 이르기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60여 년 살고 보니까 그건 역시 도통하신 스님의 말씀이지 우리네 같은
범속한 인생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디다.
한 번 따져(?) 볼까요? 사랑한다면서 평생을 한 이불 속에서 지내온 남편이나 아내를
얼마나 아시는지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다던 자식들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산을 더 사랑하시는 분들로서 적어도
몇 년에서 몇 십 년을 산을 다녔다고 자부하실 겁니다. 저 역시 산에 미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들만큼은 산을 좋아하고 산을 좀 안다고 생각해왔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 왔었지요. “산이야 그냥 오르면 그것으로 되는 거지 따로
무슨 교육이 뭐 필요하겠나? 안전만 조금 주의하면 그냥 되는 거지.”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한번 산에 갔다 오면 사실 무릎도 아프고 기운이 빠져서
몇 주 내지 두어 달 동안은 산에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관절염
때문에 산을 포기했다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겁도 나고 말이지요.
그러다보니 산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더라 이겁니다.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운동은 필수라는 생각은 드는데 산은 높아만 보이던
지난 5월 말 경 어느 신문에 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 트레킹 학교’란
이름부터 다소 생소하였지만 산을 제대로 가르쳐준다는 말에 인터넷을 통하여
교육 신청을 했지요. 70년 대 어떤 가전제품 광고에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바로 이 교육 신청이 나의 산에 대한 마음을 확 바꾸는 계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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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7일 오전 9시가 땡하고 울릴 때 교육생을 실은 버스가 출발하는 게 얼마나 마음에
들던지! 우리 사회의 약속 문화에 대한 새로운 도전 같아서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배우는 산, 느끼는 산”이라는 교훈도 삼빡했고, 버스 안에서의 기본 교육 강의도 누구나
알 만한 평범한 내용이지만 새롭게 들렸습니다. 정복하려는 등산이 아니라 어머니의 품에
안기려는 입산이어야 한다, 산을 타는 것은 기능이나 노동이 아니라 과학이자 체력이며
운동이 되어야 한다, 등등.
현장 실습장인 김포 문수산에 도착하자 등산화 끈 매는 법, 배낭에 주렁주렁 달린 끈의
용도 및 사용법, 양손에 잡은 스틱을 제대로 쓰는 법 등을 세 분 강사님들께서 가르쳐
주시더군요. 특히 ‘마더 스틱’이라고 이름 붙인 스틱 사용법은 정말로 그 위력이
대단했습니다. 역시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우리 속담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교육이었습니다.
드디어 일렬종대로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보폭을 좁혀라, 속도를 늦춰라, 낮은 곳을
디뎌라, 스틱은 끈에만 의지하고 손잡이는 잡지 마라, 이건 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지요.
거기에다가 학교장님의 산이 쩡쩡 울리는 고함 소리까지 귓전을 때리니 날씨가 더운지 땀이
흐르는지도 모르고 산을 올랐는데, 어느 새 정상 가까이에 있는 정자에 도착했지요.
별로 피로하지도 않고 땀도 그다지 나지 않더군요. 그 전 같았으면 온통 땀으로 목욕을
했을 텐데 말입니다.
오른 길을 되내려오는데, 어라, 그 거리가 장난이 아닙디다. 그런데 어떻게 숨도 별로
안 차고 땀도 별로 안 흘렸을까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이 그저 대견하더라 이 말입니다.
산 아래로 내려와 간단한 마무리 교육이 있은 다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우쿨렐레 반주에
맞춰 부르던 학교장님의 추억의 캠프송이 숲속의 구국이 울음소리와 어울릴 때 서산에
지려는 해는 또 왜 그리도 아련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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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일주일 후인 6월2일 강화도 마니산에서 동문 재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 악명높은(?) 그 마니산을 내가 한숨에 오르다니요…….
20여 년 전 한창이던 때, 부서원들과 함께 마니산으로 등산을 갔더랬습니다. 명색이
부서장이었고 또 덩치로 말하면 어느 젊은 부서원한테도 뒤지지 않던 사람이 1,400 계단을
다 오르지 못하고 체면이고 뭐고 없이 중도에 퍼져버렸다는 거 아닙니까!!
이런 쓰라린 기억이 있는 마니산이라 다소 긴장이 되더군요. 우리들은 오르기 전 준비 운동,
장비 점검, 기초 교육을 받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뭣도 모르면서(?)
올라가기 바쁩디다. 그런데 짙은 안개 속에 축축한 숲을 지나고 바위투성이 경사진 길을
올라가는데 도무지 숨이 안 차더라 이겁니다. 이마에 땀도 제대로(?) 안 나고 말이지요.
그렇다고 무슨 산삼을 먹은 것도 아닌데…….
설치던 아줌마들이랑 다투어 오르던 학생들은 땀 닦으랴 숨 고르랴 중간에 주저앉아 쉬는데,
우리들 배운 학생들은 설렁설렁 올라가고, 참 신기하다고 할 밖에요.
중간에 잠깐 쉬고 정상에 올라 보니 우리들 스스로가 대견하여 괜스레 다른 팀들을 눈여겨보게
되더라고요. 아이고, 저렇게나 힘들면 뭣 하러 올라왔을꼬?
한국트레킹 학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산을 오르고 내릴 땐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당분을
섭취하고, 식사는 가급적 간단하게 하라고 합니다. 탄수화물로 배를 잔뜩 채우면
두세 시간 후에나 포도당으로 변하는데 그 때까지 위의 부담이 커서 몸에 피로만
쌓인다는 거지요. 술은 말할 것도 없이 안 되고요. (산을 내려와서 먹는 술이야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만.)
다른 분들 먹는 것은 역시나 우리 교육생들과는 다릅더군요. 막걸리에 소주에, 반합 가득 밥과
떡 등등. 하기야 우리도 전에는 바로 저렇게 먹었었지요.
젊었을 때는 다 오르지도 못했던 마니산을 올라갔다 내려와도 무릎이 안 아프니
이게 다 마더 스틱 사용법을 제대로 배운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동행중에는 칠순을 넘기신
선배도 계신데 피로한 기색이 전혀 없고, 관절염으로 고생한다던 여성분은 이제
지리산 종주에 도전하시겠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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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산이 두렵지 않고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동문 재교육을 한 번 더 받은 후에 소요산을 혼자서 올랐습니다.
지난 4월에 어느 팀을 따라갔다가 아주 혼이 난 적이 있어서 재도전을 한 것이었는데,
가볍게(?) 의상봉까지 올랐습니다.
6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서 북한산 둘레길 44킬로미터를 완주했습니다. 평지를 걸을 때에도
스틱을 사용하면 훨씬 힘이 덜 듭니다. 물론 둘레“길”이라고 평지길만 있지 않습니다.
오르고 내리고 힘든 구간도 꽤 많은데 스틱 덕분에 아주 유쾌하게 걸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새로 뚫린 도봉산 둘레길을 반 쯤 걸었습니다. 역시 스틱이 좋다는 것을
다시 느낀 하루였습니다. 7월 중으로 나머지 구간도 걸을 것입니다. 마더 스틱 사용법을
잊지 않는 한 나의 발걸음은 가벼울 것이니까요. (끝)